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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폭풍우에 부딪히고 쓰러질지언정 - 트루먼 쇼(1998)

 

1. 편안하고 행복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통제받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 보면 돈, 사랑, 친구, 가족 이외에도 다양한 일로 힘들고 고민스러운 일들을 겪게 된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실수도 저지르면서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간다. 때로는 이런 힘겨운 시행착오 대신에 '누군가가 이런 일들을 미리 알고 해결해준다면 좋겠다.'라는 어쩌면 의미 없는 바람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이 모든 걸 통제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며 이 어려움들을 통제해준다면 어떨까? 

 


2. 트루먼 쇼 이야기 


 보험회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29살의 트루먼 버뱅크, 그는 간호사인 아내와 평범한 결혼 생활 중이다. 어느 날, 그는 하늘에서 게자리라고 쓰인 조명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의심하게 된다. 그 후, 비가 자신에게만 계속 떨어지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갑자기 노숙자가 되어 나타나는 등 의심스러운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게 되었다. 트루먼은 이에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에게 이상한 일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일 없다고 트루먼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의심을 거둘 수 없는 트루먼은 아내를 차에 태우고 밖으로 나간다. 난폭운전을 하면서 동네를 빠져나가는데 갑자기 교통체증이 발행하고,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척 다시 돌아오니 길은 텅텅 비어있었다. 분노의 질주를 하면서 도로 옆 숲길에 불이 났다는 안내판을 보고도 그냥 숲길로 직행한다. 그 숲을 지나니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로 경찰들이 진입을 금지하자 트루먼은 지나가는 것을 포기한다. 하지만 경찰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트루먼 씨’라고 말하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속은 것을 알아차린 트루먼은 차를 버리고 도망가지만 결국 붙잡힌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트루먼을 진정시키다가 뜬금없이 ‘코코아 마셔보라’는 광고 같은 말을 하고, 트루먼은 흥분해서 '누구한테 말하는 거냐?'며 격분한다. 아내는 갑자기 ‘무언가 해보라’며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말론 이 맥주 캔을 들고 등장하더니 놀라는 척 아내를 위로해준다. 이에 트루먼은 아내와 친구들 모두 한패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이 모든 위로하는 멜론의 대사는 실시간으로 감독의 대사를 그대로 읊는 것에 불과했다.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트루먼이 의심을 풀게 하기 위하여 감독은 죽었다고 여겨졌던 그의 아버지를 극적으로 등장시킨다. 아버지를 만난 뒤에 트루먼은 의심을 풀고 원래의 생활로 복귀하는 듯 보였으나, 이 모든 것은 트루먼이 오히려 방송 관계자들을 안심시키고 탈출하기 위하여 꾸민 것이었다. 그는 자는 척 잠자리를 꾸며 놓고 집을 몰래 빠져나간다. 제작진은 사상 초유의 방송 중단을 선언하고 트루먼을 찾으려 하지만 이미 그는 배를 타고 떠난 뒤였다. 그가 물 공포증이 있는 것을 알고 아무도 바다에 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은 탓이었다. 감독은 그가 바다로 갔음을 직감했고, 그를 찾아낸 뒤에 방송을 다시 켜라고 주문한다. 그가 방송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독이 거센 폭풍우를 일으키자 바다에 빠지게 되고, 감독은 폭풍우 발생을 중단시키고 햇빛을 보여준다. 세트장의 마지막에 다다르자 배는 멈추고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보이는 계단을 하나씩 따라 올라가고, 마지막에 문을 조심스레 열자 감독은 트루먼을 부른다. 감독은 마지막으로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있기보다는 감독 자신이 만들어 놓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도록 설득한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 이 말을 하고 세트장 문을 나선다. " 못 볼지 모르니까 미리 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3. 거센 바람에 부딪히고 깨질지언정 내 삶은 내가 선택하겠다는 결정  

 

 우리는 흔히 어려움이나 고난을 겪지 않고 자라온 사람을 일컬어 비유적으로 ‘온실 속의 화초’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온실 속처럼 잔잔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감독의 말처럼 ‘이 세상은 거짓말과 속임수가 판친다.’ 나약한 우리는 속고, 부딪히고, 깨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 
온실 속이나 다름없는 세트장 안에서 살아가던 트루먼은 감독이 제시한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당당하게 박차고 나간다. 그의 모습이 통쾌하긴 하지만 과연 그는 세트장 밖의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잘 적응해 나가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에 대한 처절한 갈망을 여지없이 보여준 그는 분명히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잘 헤쳐 나갈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영화는 현실 세계에 사는 우리에 대한 위로로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실패와 시련에 좌절하고 새로운 도전에 겁이 날지라도,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고 갇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나아가는 삶을 사는 우리 모두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며 힘을 얻게 되는 영화였다.